#요일프로젝트 #화요일 #천천히잠기는 #원포인트레슨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수영을 배우는 기초반 선생님이 제 발차기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을 가로 세로 30센치 안에서만 움직여야 해요. 살랑살랑. 회원님의 발은 좌우로 위아래로 너무 크게 움직여요."

물속에서 마구 헤매는 나의 부끄러운 발. 내가 거친 모든 선생님이 지적했던 발. 발차기는 수영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기초 중에 기초지요. 그런데 저는 발차기가 잘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가다가 다리가 아파서 수영을 멈춰버리는 정도였습니다. 작년, 3개월 간 수영을 배웠지만 고쳐지지 않던 문제였습니다. 올해도 똑같은 문제에 부딛히고 저는 또 수영을 포기할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올해 처음만난 기초반 선생님이 저에게 저 말을 해준 것입니다. 그의 말을 떠올리며, 발끝에 한 변이 30센치미터인 정사각형을 그리고, 발을 그 안에서만 움직여봤습니다.

살랑살랑. 살랑살랑.

그 순간 놀랍게도 발차기가 됐습니다. 끝까지 갈 때까지 다리가 아프지 않고 부드럽게 몸이 앞으로 갔습니다.  

'다리에 힘을 빼라, 무릎을 너무 굽히지 말아라' 등등 수많은 지적을 받았지만 고쳐지지 않았던 문제가 그 선생님의 한 마디 말에 해결된 것입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그렇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힘을 빼라'는 피드백으론 고쳐지지 않았던 문제. 그 문제에 대해 생전 처음 듣는 가이드(30센치 정사각형)가 주어졌고, 그대로 따랐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어쨋든 '지향'했더니, 단번에 나아진 느낌을 받은겁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수영이 좀 더 재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 포인트 레슨과 순간적인 터득! 

듣고, 움직이고, 깨달으며 바로 내 몸이 바뀌는 경험. 그 날 하루,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오늘 어떤 걸 해냈는지 자랑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몸으로 무언가를 배울 땐 이런 경험이 가능하구나, 이래서 운동을 배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영만이 아니라, 일도 관계도 나의 생각도 이렇게 '원 포인트 레슨'으로 배우고 행동이 바뀌면 좋을텐데요. 

음, 하지만 저는 아직 그건 무리인 것 같아요. 

아침마다 수영을 하다 어쩌다 '터득! 오늘의 원포인트레슨 완전 땡큐!' 한다면 저는 그걸로도 족할 것 같습니다. '배움의 즐거움'이라는 바구니는 무엇으로 채우든 상관없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나는 단순해서 뭐든지 재밌게 배우고 그걸로 즐거우면 그런대로 살아가는구나, 하는 걸 깨달은 것 같습니다. 당분간 수영이 배움의 즐거움을 책임져주길 바랄 뿐입니다. 

(사진 - 글을 쓰다가 <스승은 있다>라는 책이 떠올라서 그 저자인 우치다 타츠루 사진을 첨부했어요. 합기도 도장을 운영한대요)

네지다노프
저는 이분이 수영선생님인 줄 알고 깜짝... ㅋㅋ 저도 물을 무서워해서 물에 들어가면 힘이 붙더라고요. 하여 여지껏 수영을 못해요 ㅠㅠ 수영도 삶도 조금만 힘을 빼면 부력이 생기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듯 해요. 멋진 통찰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ㅎ
원래 저분의 책을 인용하고 싶었는데, 다시 보니 인용할 구석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ㅋㅋ 그래도 그냥 넣어봤어요. 수영도 삶도 조금만 힘을 빼면 부력이 생기는데 그게 참 쉽지 않은 듯 해요." - @네지다노프 님의 통찰도 멋집니다! 오늘도 어깨에 힘을 빼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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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씽 오 가로세로 30센치! 저녁에 가서 해봐야겠네요. 저는 자유수영러라 그런 코치가 없어서 수영이 잘 안느는 것 같아요 ㅠ
@장고 수영 배우세요? 자윻수영러라니 부럽네요. 제가 다니는 수영장은 자유수영시간이 주말에만 있어서 저는 오히려 자유수영 하고 싶어요ㅠㅠ 수업 때 뒷사람의 압박이 저의 추진력입니다 ㅋㅋ
장고
뒷사람 압박 ㅋㅋㅋㅋㅋ 공감공감
@장고 저 얼마전에 심지어 추월도 당해봄 ㅋㅋㅋ 벽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요. 다음 글에서는 수영 기초반 이야기를 한번...
장고
@씽 저도 가끔 맹렬한 수영러에게 추월당해요 ㅋㅋㅋㅋ 몇달전에 읽은 <아무튼 계속>이라는 책에서 수영이 사람들간에 적당한 거리감, 적당한 외로움이 있어서 좋다는 부분을 읽고 공감했는데, 수줍빠띠와 수영이 뭔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장고 헛. 저도 아무튼 계속 읽고 계속 수영하고 싶단 맘 품었는데! (아무튼 계속이랑 택시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ㅋ)
네지다노프
@장고 오. 수영에 이런 점이... 갑자기 배우고 싶어지네요
@네지다노프 @장고 그러게요 수영이 여기 빠띠랑 비슷한 점이 많네여 ㅎ
풍년
@장고 @씽 저는 그런 이유로 요가, 수영, 하이킹같은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해요!
@풍년 같은 수영장 다니는 동네 지인들이 있는데, 은근하게 서로 다른 시간대를 유지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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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저는 참 수영이 힘들던데 재밌게 해나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 저는 줌바나 스트레칭위주로 배워보려고요. 운동은 재밌는 걸로!해보고 싶어서
수영일기 좋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씽님 ㅎㅎ
저 벌써 기초반(유아풀)만 세번째랍니다 ㅎㅎ 귀감이 되도록 아무튼 계속해보겠습니다!
데이지
@씽 ㅋㅋㅋㅋ 저는 유아풀이 젤 좋더라구요 ㅎㅎ 저는 한달 수영러너입니다. 두번째 도전이후에 포기를 해서 하핳. 그래서 씽님의 세번째 도전 멋져요!
@데이지 감사합니다 :) 유아풀은 무섭지 않아서 좋아요 ㅋㅋ (다만 열심히 발차기를 안 하면 자꾸 발이 땅에 닿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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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블라우
아... 저도 수영 배울때 발차기가 안돼서 순전히 팔힘으로 나갔는데, 그래서인지 수영이 재미없더라고요. 담에 수영하게되면 30센치 꼭 기억하고 시도하겠습니다. .... 근데 그렇게 쪼끔만 움직여도 앞으로 몸이 나아갈까 상상이 안 갑니다.
수업 끝나고 남아서 상급반 사람들 수영 구경하곤 하는데요. 정말 물이 별로 안 튀는데 술~술 앞으로 나가더라구요. (저는 물을 엄청 튀기면서 가서 민폐거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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