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목요일 #걷기만하네
올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편지를 띄웁니다. 저는 장기휴가를 받아 여행 중입니다. 5주간 스페인과 모로코를 돌아보는 여정. 어쩌다보니 여행이라기보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거의 매일 10킬로미터씩 걷는 고행을 하고 있습니다(나는 왜 개고생을 사서 할까 툴툴거리며). 날이 좋아서, 차비를 아끼려고, 길을 잃어서... 하여튼 귀국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데, 요일프로젝트를 통해 이번 여행을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은 3호선버터플라이의 곡명을 빌어 #걷기만하네 로 정했구요.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는 ‘걷기’입니다(휴가에도 목표가 있어야 하나 자책하며 여행의 목표를 서너개씩이나 세웠습니다. 아무래도 뭔가를 투자하면 이익을 회수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강박의 내면화 같아요. 우리 사회는 ‘그냥’, ‘괜히’, ‘쓸데없이’을 허용하지 않으니까요). 원래 걸어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여유로운 보행은 쉽지 않습니다. 여행 중이라면 발이 편한 샌들을 신고 놀멍쉬멍 걸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도보여행은 이국의 풍경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행위입니다. 여행자는 걸음마다 몸의 한계를 인식하며 시선을 확장합니다. 비록 이동거리는 제한적이지만, 경로의 선택이 자유롭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탈 것으로 이동하는 사람과 달리 연속적인 시공간을 경험하기 때문에 도시를 탐색하는데 유리하구요. 길 위에서 우연한 만남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즐거울 수도, 불쾌할 수도 있는 이 만남이 여행의 이야기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시속 5킬로미터의 속도로 풍경을 관찰하는 여행자처럼, 때로는 걸음걸이의 반복적인 리듬 속에서 사색에 잠기는 철학자처럼 허랑허랑 발을 내딛기로 했습니다.
결론은 뭐, 이미 말씀드린대로 고행의 나날들… 다음주부터 모로코 메디나의 미로같은 골목길, 마드리드의 게이프라이드 행진, 모나칠 하이킹, 한심한 셀프워킹투어 등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 놓을게요.
걷거나 자전거 타면서 도시를 돌아볼 생각인데 꼭 가야할 곳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안그래도 최근에 페미니스트+소싸움 금지 운동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