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프로젝트 #화요일 #천천히잠기는 #바다수영 #모두가좋아하는것을좋아해도괜찮아
제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에 이 글을 씁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들었던 제주 여행이었네요. 음식, 장소, 사람 모두 ‘실패’ 없이 만족스러웠던 여행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바다 수영’ 때문에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바다는 바다였습니다. 수영장이 아니었습니다. 시작도 끝도, 넘지 말아야 할 레인도 없었습니다. 잔잔한 파도 위에 힘을 빼고 드러누워, 둥둥 몇 분씩 떠다니곤 했습니다.(바다는 염분이 높아 물에 더 잘 뜬대요) 해질 무렾 황금빛 바다, 어린 아이들의 비명섞인 웃음소리까지 더해져 놀이공원 같기도하고 축제 같기도 했습니다. 그 어느 고급호텔 수영장, 풀빌라도 이런 자유, 이런 해방감을 줄 순 없겠다, 이보다 좋을 순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였구나.'
그렇게 바다 수영에 입문했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못 먹던 음식을 갑자기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몰랐던 것에 ‘입문’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못하거나 싫어하는 이유를 대며 멀리한 것들인데 말이죠. 입에도 못 대던 순대국이 ‘내 영혼을 위한 돼지고기 수프’가 되고, 식감이 싫었던 가지가 식감이 좋아서 즐기게 된 식재료가 된 것처럼, 올해는 수영에 입문하고 바다수영까지 즐기고 있습니다. (내년엔 스키나 타볼까요?)
제가 못 했던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죠. 그리고 시작하게된 이유도 여러가지일테고요. 세상에 저처럼 적절한 배움의 때를 놓치고 뒤늦게 배우게 되는 사람은 점점 줄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매년 '입문하는 인생'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굳이 ‘배움의 기쁨’ 같은 거창한 말은 쓰고 싶진 않은데요. 이게 뭐라고, 호들갑 떨고 기념하는 시간이 저는 즐겁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뭔가 대단히 멋진 걸 봐도 ‘저거 나도 언젠가 좋아할지도 몰라, 지금이 아닐 뿐이야' 하고 ‘킵'해두는 여유도 부린답니다. 남들에게도 그렇습니다. 좋은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해가 됩니다. 그 사람도 언젠가 좋아하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르니까요.
게스트하우스 소등이 5분 남았습니다.
오늘은 노래를 한 곡 소개하며 마쳐볼까 해요. 얼마 전에 마스다 미리의 책 <오늘의 인생>을 빌려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 제가 올해(이것도 올해군요) 좋아하게 된 일본의 작가이자 배우, 싱어송라이터 호시노겐 노래가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스다 미리는 호시노겐의 노래 <일상> 가사 중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도 괜찮아"라는 구절에서 기운을 얻었다고 해요. 제 이야기 같아서 저도 이 가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